요산요수회산행기

강화도 고려산(436m)

과천가이 2011. 4. 20. 19:22

일시 : 2011년 4월 19일(화)

참석자 : 고대혁, 노석구, 박인기, 신영준, 이장희, 한기철, 허숙(호칭생략, 가나다 순)

산행 일정표 : 고인돌광장[2.1km]-->백련사[0.9km]-->고려산 정상[0.7km]-->진달래군락지[1.2km]-->고인돌군[1.4km]

                 -->낙조봉[0.3km]-->적석사[0.3km]-->고천리 마을회관(총산행 거리 6.9km) -->외포리 충남서산집(꽃게탕)

 

 

2011년 첫 산행의 목적지는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高麗山)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산은 당연히 고려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원래 이름은 오련산(五蓮山)이라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 4년에 인도에서 온 천축 조사가 절터를 찾던 중 이 산의 정상에 있는 연못(五蓮池)에 피어난 적, 황, 청, 백, 흑색의 다섯 송이 연꽃을 불심으로 허공에 던져 그 연꽃들이 떨어진 장소에 각각 적련사(지금은 적석사), 황련사, 청련사, 백련사, 흑련사를 지었고 이 중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3개의 사찰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오련산은 고려 고종 때 몽골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이곳으로 도읍지를 옮기고 38년간 지내면서 지금의 고려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현재 고려산에는 백련사와 청련사, 적석사 3개 사찰이 남아 있다. 일단 우리는 고인돌 광장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단 정말 재미 없는 포장길을 따라 백련사까지 올라 갔다. 씩씩한 발거음의 멋진 사나이 고대혁 교수님과 허숙 교수님의 힘찬 발걸음이 우리의 장도를 밝게 빛내 주신다. 백련사에서 마지막 정상을 향해 올라가시는 박인기 교수님의 안정된 걸음걸이도 또한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적어도 이날 만큼은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왜냐면 빨갛게 물든 강화도 고려산의 모습을 기대하였건만 아름다운 진달래 아가씨들이 그 수줍음이 넘쳐 아직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활짝핀 진달래를 기대하는 점에 있어서는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요산요수회의 화려한 부활(?), 아니 재기를 꿈꾸며 찾아간 고려산의 진달래는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Eliot의 말처럼 눈 속에 평화롭게 살아가던 꽃눈을 괜시리 터트려 복잡한 세상에 나와, 그래서 잔인한 4월을 만나고 싶지 않은 진달래의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괜히 시인 엘리엇의 싯구만 원망해본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내친 김에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제 1부 죽은 자의 매장] 일부분을 한번 읊조리고 지나가자.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무감각한 뿌리들을 흔드네.

겨울은 우리들을 따듯하게 해 주었지.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어주고
마른 뿌리로 갸날픈 생명을 키웠네.

 

연분홍으로 물들었어야 하는 고려산의 잔인한 4월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고려산 정상이야 군부대의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고, 지리한 포장 길을 한 시간 정도 걸어와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장소를 찾았다. 진달래 군락지는 고려산 북쪽 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위의 사진들 중 오른편이 북쪽이다. 참고로 진달래는 질소화합물 흡수와 관련하여 북쪽 사면이 남쪽 사면보다 더 많이 분포한다. 혹시 산에서 길을 일었을 때 상대적으로 진달래가 많이 분포한 곳이 북쪽 방향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려산의 진달래는 인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달래를 위해 불쌍한 참나무과 식물들이 싹둑 잘려져 나가고 있다. 간단한 요기 장면과 싹둑 잘려져 나간 참나무과 식물의 불쌍한(?) 모습을 담아 보았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우리는 능선에 설치해 놓은 나무통로를 따라 적석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갔다. 산행하는 길에 혹시나하고 우려했던 일, 다시 말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 우리 일행은 좀 길게 가기로 했다. 당연히 길게 가야지..여기까지 온 것이 억울하지 않게.... 어디나 틈새 시장이 있는 법. 모두가 No라고 말할 때, Yes라고 말하고 꽃눈을 똟고 얼굴을 삐쭉 내밀은 진달래들도 있다. 이들의 모습을 간간이 잡아 보았다.

 

   

 

비록 연분홍빛 물결은 없었으나, 아직은 미소년인 이장희 교수의 안경 너머 눈빛으로 진달래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고, 큰 키로 무장한 한기철 교수의  아마도 다정한 눈길덕분에(선글라스 때문에 확인할 길은 없으나...) 진달래들은 2~3일 후에 반드시 연분홍 색으로 고려산을 뒤덮을 것이다.

 

   

 

진달래 군락지가 끝나갈 무렵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우리 일행이 모두 포즈를 취했을 때 뒷 배경에 진달래가 나올법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나왔는데 우리의 추억을 물들일 사진이라도 한번 찰칵 해야 하지 않을까...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포즈를 취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역시 산행은 이 정도로 다녀야 적정 규모인가 보다...그런데 나름대로 찍고 보니 한 인물들을 하시는 것 같다( 이 참에 나도 무임 승차로 포함되어야지...)

 

 

진달래 군락지가 끝나는 곳부터는 흙먼지 날리는 능선 길이다. 그 많던 사람들은 옆길로 다 샜는지 우리는 나름대로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내려가다 보니 우리는 어느덧 강화도의 고인돌 군(群)을 만났다. 거의 돌들이 내 머리와 평행한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여하튼 돌을 보면 반갑다. 우리 네 인생이야 어쩌면 수천년을 버텨온 저 돌들보다 나을 리 없으려니 여기 고인돌을 그야말로 떠받들어야 겠다. 아래의 사진 제목은....'81번 고인돌과 고대혁 교수님', '84번 고인돌과 신영준 교수님'(숫자의 의미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봄에는 봄답게, 여름에는 여름답게, 가울에는 가을답게, 겨울에는 겨울답게...답다라는 의미는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숲 속의 산소는 우리의 폐부를 깊숙히 파고 든다. 숲속 길을 따라 멋지게 차려 입은 미남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오늘 가장 컬러풀한 색조의 마술사 노석구 교수님, 매우 오랫동안 신고 계신 등산화의 매력에 푹 바지신 허숙 교수님, 그리고 정말 꽃놀이 차림의 언제나 구수한 언어의 마술사 박인기 교수님...아마 숲의 정령들이 사귀고 싶은 사람들 명단에 올려놓았으리라....포즈는 비슷해도 뒷 배경의 나무는 모두 다르다. 진달래와 노석구 교수님, 소나무와 허숙 교수님, 산수유와 박인기 교수님..이들 조합의 상관 관계는 글쎄... 각자 판단해 보시기를...

 

     

 

드디어 산행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숲 속의 능선 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삼림욕을 즐기면서 우리는 낙조봉에 도착하였다. 해질 무렵의 낙조봉은 아마도 엄청난 탄성의 흐름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서녁 하늘에 태양이 걸려 있지 않다고 해도 섬 산 특유의 아름다운 조망이 있다. 아름다운 서해안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우리는 단체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각자 취향에 맞게 포즈를 취하고 찰칵.... 

 

   

 

낙조봉을 돌아 우리는 적석사로 향했다. 적석사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천축조사가 고구려 장수왕 4년(서기 416년)에 창건한 절로 적색 연꽃이 떨어진 곳에 지은 절로 처음에는 적련사였다가 오늘날의 적석사(積石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절은 지금은 아주 깨끗하게 지어져 있다. 1998년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복원하였기 때문이다. 적석사 앞마당에 있는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이름하여 夫婦木이라고 한다. 우리는 비록 적석사 쪽으로 내려왔지만 좀 더 걸어가는 코스로 미꾸지고개로 가는 길이 있다. 그곳으로 가려면 나름대로 수려한 산등을 타고 가야 한다. 그냥 사진으로 대체해본다. 고천리 마을 회관으로 내려와 차를 타고 외포리로 향했다. 왜냐면 맛있는 꽃게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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